이세돌 9단, 한국 명예의 전당 25인 선정 「초대 더 센추리 아너스 한국지성대상」 수상

감각의 폐허에서 건져 올린 수(手): 이세돌 9단과 기계의 시대

이세돌 9단, 한국 명예의 전당 25인 선정 「초대 더 센추리 아너스 한국지성대상」  수상

2016년 봄, 서울 포시즌스 호텔의 대국장은 일종의 거대한 제의(祭儀)가 집행되는 밀실 같았다. 승부의 열기도, 관중의 함성도 없는 그 밀실에서는 오직 차가운 공기 속에서 초당 수천만 번의 확률 분포를 계산하는 실리콘의 침묵과, 그 거대한 확률의 장벽 앞에서 홀로 담배를 태우며 고립되어 가던 한 인간의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교차하고 있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그 다섯 번의 대국은 단순히 인간과 기계의 '흥행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수천 년간 의심 없이 독점해 온 '사유와 직관'이라는 영토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순간이자, 기계가 인간의 존재론적 중심부로 성큼 걸어 들어온 문명사적 균열의 시발점이었다.

더센추리매거진과 더 센추리 매거진은 편집부 심사와 외부 전문가들의 긴밀한 검토를 거쳐, 이 도발적인 경계의 최전선에 홀로 선 이세돌 9단을 제1회 코리아 어워즈 '한국지성대상'의 초대 단독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지성대상'은 단일 분야의 국지적 업적이나 박제된 찬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이라는 거대한 물살이 인간의 사유 방식과 삶의 문법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시대에, 지성과 기술의 위상학적 관계를 온몸으로 증명해 낸 인물에게 바쳐지는 가장 무거운 기록이다. 그 기준에서 이세돌이라는 이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남긴 거대한 징후가 된다.

오랜 세월 세계 바둑의 정상에서 그는 기계처럼 정확한 계산을 비웃는 듯한, 지독하게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기풍으로 승부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비극과 위대함은 그가 패배의 문턱에서 나락으로 밀려 떨어지던 순간에 잉태되었다. 알파고의 무자비한 통계적 확실성에 세 판을 내리 무릎을 꿇으며, 인간의 지성이 기계적 효율성 앞에 고철처럼 바스러지는 듯 보였다. 모든 이가 인간의 패배를 확정 짓고 고개를 떨구던 그 암흑 속에서, 그는 제4국의 판국 위에 그 유명한 '78수'를 내려놓았다.

일명 '신산(神算)'으로 기록된 그 수는 완벽한 알고리즘의 통계적 예측 체계를 비웃듯 허를 찔렀다. 그것은 논리적 연산의 결과물이 아니라, 극도의 스트레스와 직관, 그리고 패배의 공포 속에서 인간의 뇌가 뿜어낸 가장 야만적이고도 찬란한 직관의 파열음이었다. 비록 최종 스코어는 알파고의 승리로 낙관되었으나, 그 한 판의 승리는 인류에게 기묘한 위안과 서늘한 경각심을 동시에 안겼다. 즉, 압도적인 학습 능력을 지닌 실리콘 칩 앞에서도 인간은 기껏해야 과거의 해법을 반복하는 유기체가 아니라, 단 한 번도 예측되지 않은 미지의 균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창조해 내는 유일한 존재임을 증명해 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자율적 알고리즘이 일상의 숨구멍마다 침투해 판단과 노동의 영토를 잠식하는 시대의 중턱을 지나는 중이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흉내 내고 전략을 시뮬레이션하는 지금, 2016년 그 대국장에서 이세돌이 내뿜던 침묵과 결단은 단순한 무용담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로 기능한다. 그것은 미지의 괴물과 마주한 인간의 고독한 결단이었고, 압도적인 패배 속에서도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마침내 인간다운 수(手)를 찾아낸 끈질긴 지성사의 기록이었다.

제1회 코리아 어워즈 시상식은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주체성, 창의성과 연산의 역학 관계에 관한 논의가 대학과 산업을 넘어 사회 전체의 가장 아프고 뜨거운 화두가 된 이 시점에, 다음 세대의 지성과 교육이 숨 쉬는 공간에서 이세돌의 이름이 호명되는 일은 시의적절한 이벤트를 넘어 문명이 치러야 할 엄숙한 의식에 가깝다.

이세돌 9단의 성취는 일회성 가십이나 흘러간 향수로 소비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과 기계가 처음으로 서로의 거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상호 간의 심연을 응시했던 경계의 기록이자, 다음 세대의 불안과 사유를 위한 텍스트로서 세대를 넘어 기록되고 전승될 것이다.

Contributor

노유선 기자

The Century Magazine contributor

노유선 더센추리저널코리아 기자 noline@thecarnegiejournal.com 변화하는 시대에 변치 않는 가치를 담겠습니다.